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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노동자 투쟁의 가장 특징적인 양상을 꼽으라면 비정규직 투쟁이 점차 저변화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번 터져나오면 끈질기고 처절하게 전개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런데 2003년에 이르러서는 새로운 양상이 덧붙여지고 있다. 화물연대나 현자 비정규직 투쟁처럼, 사회적 파급력이 강력하고 누구나 주목할 수밖에 없는 분야에서 비정규직 투쟁이 탄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비정규직 투쟁의 ꡐ중핵 부대ꡑ가 점차 형성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비정규직 투쟁의 새로운 단계를 예고한다.
그런데 화물 연대 투쟁이 비정규직 노동자들 스스로의 단결만으로도 충분히 적들에게 타격을 가하고 권리를 쟁취할 수 있는 투쟁을 반영한다면, 현자 비정규직 투쟁은 보다 포괄적인 과제를 제기한다. 여기서는 비정규직 운동만이 아니라 정규직 운동의 진군과 상호 협동이 반드시 필요하다. 바로 그 점에서 현자 비정규직 투쟁의 진군은 민주노조운동의 모든 과제들을 총체적으로 해결할 것을 요구함과 나란히 ꡐ전체 노동운동ꡑ의 획기적인 전진의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전국의 모든 노동자 활동가들은 이 투쟁에 대해 주목하고, 그 의의를 명확히 공유하면서, 이 투쟁의 전진과 승리를 위해 모든 지원과 협력을 다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것을 위해서 현자 비정규직 투쟁의 현 상황과 과제의 핵심을 다루고자 한다.
식칼 테러와 극악무도한 하청 제도
아산의 식칼테러는 단순히 우발적인 사건이 아니다. 식칼테러를 야기한 착취의 피라미드의 사슬은 이렇다. 원청 대자본은 정규직을 고용했을 때 지출해야 하는 임금(여기에는 퇴직금, 상여금, 특별성과급, 호봉 인상분 등이 모두 포함된다)의 대략 40-50%의 선에서 1차 도급 자본과 계약을 맺는다. 그 뒤 1차 하청 자본이 다시 5-10%를 추가로 이윤으로 착복한다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수중에 쥐어지는 임금은 원청 노동자 평균 임금의 35-45% 수준으로 하락한다.
이것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아주 열악한 상황을 강요하는 토대다. 원청이 원래 노동자에게 지급해야 할 임금의 50-60%를 도급 제도를 통해 특별 이윤으로 착복한 다음에 나머지를 가지고 이윤을 챙겨야 하므로 하청 자본은 노동자들에게 지급해야 할 최소한의 것들, 가령 작업복이나 작업장갑까지 지급하지 않고 아껴야 한다. 이것도 이윤의 무시할 수 없는 일부를 구성하기 때문이다.
또한 원청 자본이 도급 계약시 투입 인원을 최소한으로 계산하고 이를 기준으로 계약금을 지불하므로 하청 자본은 최대한 적은 수의 노동자들만을 고용해야만 한다. 만일 10명 기준의 도급 계약이라면, 11명을 투입하면 이윤이 사라진다. 반면 9명으로 일을 시키면 1명분의 특별 이윤이 얻어진다. 따라서 그렇지 않아도 원청이 최소한으로 산정한 투입 인원보다 적은 인원으로 가동시키는 것이 도급 업체의 일상적 운영원칙이 된다. 이렇게 되면 원청이 계약시 기준으로 삼는 아주 높은 노동강도보다 더 높은 살인적인 노동강도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강요될 수밖에 없다.
최소한의 인원으로 계약 물량을 소화해야 하므로, 결국 잔업과 특근이 일상적으로 강요된다. 여유 투입 인원이 전혀 없는 상태이므로 단지 월차만을 사용해도 이것은 하청 자본에게 큰 위협이 된다. 월차를 고려해서 예비 투입 인원을 가동시킨다면, 그것은 곧장 하청 자본의 이윤 자체를 결정적으로 잠식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착취의 피라미드의 사슬은 고스란히 2차, 3차 하청으로까지 내려간다. 원청 자본의 역할을, 이제 2차 하청 자본에 대해 1차 하청 자본이, 3차 하청 자본에 대해 2차 하청 자본이 담당한다. 결국 피라미드의 하단부로 내려가면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 수준은 정규직 노동자의 30% 이하 수준으로 하락하고, 노동조건은 엄청나게 열악해진다. 하청 자본은 전적으로 노동자들에 대한 극악무도한 착취와 통제를 통해서만 이윤을 남길 수 있으므로, 하청 자본에 이르면 자본의 폭력성과 무자비함, 비인간성은 여과 없이 드러난다. 하지만 세련된 외피만 벗겨본다면, 이런 무자비한 착취를 강요하고 그로부터 가장 결정적인 이익을 챙기는 주범은 다름 아닌 ꡒ원청 대자본ꡓ이다.
결국 식칼테러는 우발적인 사건이 아니라 이와 같은 야만적인 비정규직 제도의 모습이 말단부 자본의 창을 통해 자신을 드러낸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식칼테러는 비정규직 제도가 의미하는 자본의 야수성과 극악무도함, 위기감이 한 데 모여 이루고 있는 괴물의 적나라한 모습일 뿐이다.
아산 비정규직 투쟁
아산 세화산업 비정규직 활동가의 월차 요구는 자본의 착취 피라미드의 하단부를 정면으로 건드리는 것이었고, 그것에 대한 자본의 반응이 식칼테러였다. 식칼테러는 아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 의식을 일깨웠고, 노동자들은 일거에 서러움을 폭발시켰다. 세화산업 노동자들의 자발적 투쟁에 뒤이어, 비정규직 활동가들의 제안을 따라 비정규직 노조가 건설되었다. 이 과정에서 정규직의 선진활동가들이 연대하고 엄호하면서 조직화를 뒷받침했다.
하지만 현자 아산 지부 정규직 집행부는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을 제거하려 했고, 사실상 자본의 2중대로 행동했다. 처음에 식칼테러가 불거지고 전국적인 쟁점이 되자, 발밑이 뜨거워진 아산 지부 집행부는 표면적으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우호적인 모습을 취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아산 비정규직 투쟁이 전국적 연대 투쟁으로 번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사내 연대 집회를 적극 만류하고, 연대 단위들의 회사 내 진입에 대한 자본의 봉쇄를 사실상 묵인했다.
비정규직 투쟁이 본격화되자, 아산 지부는 오히려 비정규직 노조 조직화를 봉쇄하기 위해 애썼다.ꡐ대신ꡑ 문제를 해결해줄테니 노동조합은 건설하지 말라는 것이 그들의 요청사항이었다. 이는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이익(민주노조 건설) 대신 당장의 사소한 이익(어용 정규직 노조 집행부가 던져주는 약간의 일시적 이익)을 선택하라는 주문이었다. 또한 거기에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동등한 동료이자 노동운동의 당당하고 능동적인 주체로 간주하지 않고 ꡐ단지 불쌍한 노동자ꡑ혹은ꡐ정규직이 보살피고 문제를 해결해주어야 하는 열등한 존재ꡑ로 간주하는 노동귀족적 관점이 담겨 있었다.
이 뒤에서 어용 집행부를 로봇처럼 리모콘으로 조종하는 자는 원청 현대 자본이었다. 가령 비정규직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아산 정규직 어용 집행부가 원청 자본과 급박하게 합의한 ꡒ신규 채용시 비정규직 100명의 정규직화ꡓ는 비정규직 노조에 막 결합하고 있는 젊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발걸음을 봉쇄하는 기만적인 개량책으로 기능했다.
아산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런 아산 지부의 책동을 단호하게 거부하고 노동조합을 건설해 당당히 주체로 일어나야만 했다. 그리고 소수일지라도 건강한 정규직 활동가들과 아래로부터 굳건한 연대 전선을 구축하고, 현장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공동 투쟁을 조직해야 했다. 물론 그것의 일차적 기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스스로 운동의 주체로 단호하게 뛰어오르는 것이었다. 현자 아산 사내 하청 노동자들이 이런 과제에 완전히 충실했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은 상당히 비틀거렸고, 운동의 자주적 주체로서 과감히 일어나지 못하고 어용 정규직 노조를 쳐다보고 끌려다니는 한계를 가끔씩 보여주었다.
물론 어용일지라도 정규직 노조 집행부의 중립을 끌어내고, 최소한 극단적인 방해자가 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한 여러 시도들이 필요했음은 분명하다. 특히나 정규직 활동가들의 엄호가 아산에서는 아주 미약한 상황에서 그런 고려는 충분히 이해할 만한 것이다. 하지만 어용 정규직 노조의 간섭에 발목이 붙잡혀 중요한 고비 때마다 과감한 투쟁을 미루었던 것, 그리고 자기 대중의 투쟁력과 투쟁의지를 끌어올리는 데 중심을 두지 못했던 것은 아산 비정규직 투쟁의 전진을 위해서는 반드시 극복해야 할 약점이다.
반노동계급적인 어용 정규직 집행부의 동요를 마비시키고 그들의 방해 책동을 최소한으로 제한할 수 있는 힘은 그들의 눈치를 보고 그들에게 외교적으로 접근하는 기술적 방법을 통해서는 절대 획득되지 않는다. 그 힘은 어용 정규직 노조의 비열한 행동을 낱낱이 폭로하고 공개함으로써 그들이 함부로 준동하지 못하도록 만들고, 과감한 투쟁 전술 배치로 자기 대중의 투쟁력을 최대한 끌어올려 대중적 투쟁 부대로 과감히 전진해야만 비로소 확보된다. 나아가서 똑같이 어용 집행부에 신음하는 현자 아산 정규직 활동가들과 함께 단결하여 어용 정규직 집행부를 공세적으로 타격하는 데로 전진해야만 확보된다.
몇몇 약점에도 불구하고 아산 사내 하청 노조를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힘은 비정규직 조합원들이 아래로부터 전개하는 크고 작은 투쟁이라 할 것이다. 이들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사내 하청 노조에 지속적으로 가입함으로써 힘을 실어주었고, 청소 아주머니들의 투쟁, 의장 조립부 파업시 비정규직 조합원들의 공동 파업 돌입 등 과감한 투쟁을 아래로부터 전개했다. 그리고 위기감이 팽배한 상태에서 열린 쟁의행위 찬반투표 총회를 압도적 참여와 찬성으로 사수함으로써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아산 비정규직 투쟁의 향후 진로는 이와 같은 아래로부터의 대중 투쟁 열기를 어떻게 사수하고 확대할 수 있느냐, 그리고 그런 투쟁 속에서 아래로부터 솟구친 전투적 노동자들로 어떻게 단호한 투쟁 지도부를 구축할 수 있느냐에 의해 좌우될 것이다.
다행히도 아산 비정규직 투쟁은 만일 어떤 어려움도 굴하지 않고 단호하게 전개된다면, 그리고 비정규직 대중들 속으로 더 깊숙이 뿌리를 내려간다면 현대 자본의 갖은 탄압을 뚫고 진군할 풍부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첫째, 현자 아산, 특히 조립 의장부는 비정규직 비율이 대단히 높은데, 아산 사내 하청 노조로 조직된 조합원들의 다수가 의장부 소속이다. 따라서 만일 비정규직 노동자들 다수가 과감하고 장기적인 파업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강건하다면, 그 자신의 힘만으로도 충분히 현대 자본을 위협할 수 있다.
둘째, 사실상 어용 집행부 하에서 정규직 노동자들 또한 심각한 공격을 당하고 있다. 가령 이번 의장부 공동 투쟁의 중심에 섰던 정규직 활동가 5인이 집행부의 방관 하에 해고당했다. 이처럼 어용 집행부를 허수아비로 세워놓은 뒤 자행되는 현대 자본의 정규직에 대한 공격에 대항할 만큼 강력한 현장투쟁력을 일궈내기 위해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단결 투쟁이 반드시 필요하다. 반면 만일 비정규직 사내 하청 노조가 파괴된다면, 그래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업 파괴자로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면 정규직 노동자들의 저항력은 더욱 형편없이 와해될 것이 분명하다. 아산 사내 하청 노조의 선도적인 투쟁이 가열차게 전개되고, 정규직 활동가들의 적극적인 투쟁이 가세한다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공동 투쟁을 통해 자본의 억압 책동을 분쇄할 수 있는 풍부한 가능성이 탄생할 것이다.
이를 위한 출발점은 이번 의장부 공동 투쟁을 통해서, 그리고 사내 하청 해고자들과 정규직 해고자들이 함께 벌이는 해고 분쇄 공동 투쟁을 통해서 놓여지고 있다. 정규직 노동자든, 비정규직 노동자든 모두가 살기 위해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공동 투쟁, 그리고 단호한 비타협적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는 점이 아산에서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조합은 정규직 해고자들을 방어하는 투쟁의 선두에 섬으로써, 그리고 일격을 맞고 비틀거리고 있는 정규직 조합원들 앞에서 단호하고 맹렬한 투쟁을 통해 ꡒ투쟁만이 살길이다ꡓ는 사실을 선도적으로 입증함으로써 계급적 단결의 견인차가 되어야 한다. 역으로 해고자들을 중심으로 정규직 활동가들은 아산 비정규직 노동자들과의 단결 투쟁을 강화하고 정규직 어용 집행부의 배신에 맞선 맹렬한 전투의 선봉에 섬으로써 앞으로 행진해 나가야 한다. 이 양 방향에서 시작되는 실천이 ꡒ비정규직과 정규직의 계급적 단결 투쟁ꡓ이라는 단 하나의 수로로 결집할 때, 비로소 아산에서 노동자의 미래가 열릴 것이다. 단결된 노동자 부대 앞에 현대 자본은 추풍낙엽처럼 쓰러져 버릴 것이다.
울산 비투위 투쟁
이미 울산에서도 비정규직 투쟁을 준비하는 객관적 요소들이 지속적으로 축적되면서 꽃망울을 터뜨릴 시점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선 사내 하청 모임, 그리고 이 모임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곳곳에서 묵묵히 현장 조직화를 준비했던 활동가들이 현장에 포진해 있었다. 더욱 중요하게는 더 이상 이대로 살 수 없다고 느끼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분위기가 계속 성숙해가고 있었다. 단지ꡐ투쟁의 대안ꡑ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들이 숨을 죽이고 있었을 뿐이었다. 아산의 식칼 테러와 비정규직 노조 결성은 현자 울산 공장의 비정규직 활동가들과 비정규직 대중에게ꡒ이제 때가 왔다. 방아쇠를 당겨라!고 호소하는 신호탄이었다.
다른 한편으로, 이미 울산 공장에서도 생산직 노동자들의 60%에 달하는 온갖 유형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투입되어 있었다. 계속 이대로 비정규직이 확산되면 정규직 노동조합도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울산 현자에서도 이미 분명해졌다. 호황 국면에서는 그럭저럭 현 상황을 유지할 수 있을지라도, 다시 98년과 같은 불황이 덮쳐 전면전이 일정에 오르면 엄청나게 투입된 비정규직들이 효성처럼 파업파괴자로 이용되면서 곧장 노동조합을 무력화시키는 비수로 이용될 것임이 분명했다.
불황시 비정규직을 대신 짤라내서 정규직의 고용을 보장하겠노라는 약속은 종이쪼가리에 불과했다. 불황이 격화되고 자본의 이윤율이 낮아지며 심지어는 기업의 존폐까지 문제가 될 때, 현대 자본과 은행 채권단이 과연 연봉 4000만원의 늙은 정규직을 해고시킬 것인가 아니면 연봉 1500도 못미치는 젊은 비정규직을 해고시킬 것인가? 답은 분명했다. 실제로 희망퇴직 등의 여러 유형으로 98년에 해고된 12000여명의 현자 정규직 노동자들의 자리를 지금 대체하고 있는 사람들은 다름 아닌 비정규직이다. 이것은 불황시 일시적으로 비정규직을 대량 해고시키더라도, 결국에는 정규직을 해고하고 그 자리를 비정규직으로 채우는 것만이 자본의 위기 해결책일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다. 이런 경험들은 정규직 노동자 자신을 위해서라도 함께 단결하여 투쟁할 수 있는 동료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조직해야 할 절박한 과제를 정규직 활동가들에게 상기시켜주었다.
이런 제반 요소들이 서로 반응하면서 울산 현자에서는 이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진출이 이뤄질 수 있는 조건이 창출되었고, 아산 식칼 테러는 그 시기를 앞당겼다. 탄생 ꡐ초기ꡑ에는 정규직 활동가들의 엄호와 지원이 보다 큰 비중을 차지했다. 임단투 출정식에서의 비정규직 동원, 공장별로 이뤄진 비정규직 교육, 비정규직 활동가에 대한 해고를 저지했던 정규직 활동가들의 지원,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정규직 활동가의 유인물 배포 작업 등이 없었다면 비정규직 활동가들은 대공장의 거대한 바다에서 어렵게 전진해야 했을 것이고, 초기에 단번에 거세될 위험성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지원에도 불구하고, 만일 준비된 비정규직 활동가들이 없었다면, 그리고 비정규직 대중의 투쟁의지가 충분히 성숙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아무런 소용도 없었을 것이다.
비투위의 활동이 시작되자 대중 속에서 자생적으로 활동가 층이 탄생하고, 비투위의 대중적 영향력은 빠르게 증대했다.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비투위의 활동이 본격화됨에 따라 비투위가 정규직 노조의 행보에 단순히 좌우되지 않는 자주적인 힘을 형성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물론 울산 정규직 노조의 지원이 비투위의 결성과 전진에 상당한 도움을 주었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특히 비투위 결성 초기에 비정규직 대중들이 자신감을 갖고 비투위에 합류하는 데서는 정규직 노조의 공식적인 지지 입장 표명이 커다란 도움이 되었음이 틀림없다.
하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자주적 진출에 커다란 위협을 느낀 현대 자본의 압박이 가시화되고, 또한 아직 충분히 계급적 태도를 획득하지 못한 상당수 정규직 조합원들이 노동조합에 가하는 후진적 압력이 등장하자 정규직 노조는 불행하게도 비투위 투쟁의 ꡐ지원자ꡑ에서ꡐ방관자로 점차 이동하고 있다. 이런 우려스런 행보가 향후 계속될지 아니면 재차 건강한 방향으로 인도될지는 확언할 수 없다. 그러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진출이 본격화되면 될수록, 정규직 노조는 분명한 선택을 강요받을 것이며, 이 때 단호한 계급적 관점을 견지하지 않는다면 현대 자본의 도구로 전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는 현장조직들의 경우에도 기본적으로 대동소이하게 적용될 것이다. 대개의 현장조직들이 ꡐ비정규직 해고를 전제로 한 정규직 고용안정서’에 대해 침묵했었다. 그리고 현장조직에 속한 수많은 대의원들은 부서별로 ꡒ물량 부족시 비정규직 해고를 통한 정규직 일감 확보ꡓ를 합의한 당사자다. 이런 무의식적 범죄 행위가 공개적이며 진지한 자기비판을 통해 척결된 예는 불행하게도 아직 없다. 이와 같은 역사는 지금 현재 마치 유행처럼 울산의 현장조직들 사이에서 번지고 있는 ꡒ비투위에 대한 연대 결의ꡓ의 진실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실제로 비투위에 대한 지지를 끌어내는 것도 여러 현장조직들의 종파주의적 태도 때문에 상당한 난관을 거쳤고, 말로서의 지원이 행동으로의 지원으로 연결되는 데서는 지금도 아주 커다란 간극이 있다. 소수의 진지한 정규직 활동가들만이 비투위의 투쟁과 진심으로 함께하고 있다. 현자 울산에서의 비투위의 향배는 바로 이들 진짜 활동가들과 비투위의 결속이 얼마나 강력한가, 그리고 동요하고 배신하는 현장조직들과 정규직 노조 간부들에 맞선 투쟁에서 얼마나 성공하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이것을 밀어붙이는 힘은 현재로는 주로 비투위로부터 탄생한다. 비투위 활동가들의 전투적 태도, 비투위의 ꡐ노동자 민주주의에 대한 충실성ꡑ, 투쟁에 떨쳐일어나기 시작하는 비정규직 대중들의 아래로부터의 압력이 하나로 어우러져 현재까지 건강한 정규직 활동가들을 자극해왔고, 동요하는 활동가들을 견제해왔다.
비정규직 대중의 아래로부터의 투쟁 의지에 대한 굳건한 신뢰, ꡐ정규직 노조를 통한 10만원의 임금 인상보다 비정규직 자신의 투쟁을 통해 획득하는 1만원의 인상이 더 소중하다ꡑ는 자주적 운동의 정신, ꡐ2, 3차 하청을 구별하지 않고 모든 사내 하청 노동자들을 하나로 단결시키고 공동의 요구를 내걸겠다ꡑ는 계급적 정신, 개량주의자들과 확연하게 갈라치면서 계급투쟁적인 정규직 활동가들과 연대하겠다는 비투위의 정신이 지속된다면, 이런 추세는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온갖 수단들을 총동원해 현대 자본은 현자 비정규직 운동이 더 자라나기 전에 싹을 짓밟으려 발악하고 있다. 비투위 활동가들의 단호한 의지가 분명한 이상, 해고는 오히려 투쟁에ꡐ기름’을 붓고 비정규직 대중들이 활동가들에 대한 신뢰를 키워나가는 기회만을 열어줄 것이 분명해지자 현대 자본은 두 가지 수단에 주로 의지하고 있다. 하나는ꡐ비투위 핵심 업체에 대한 계약해지ꡑ를 통해 합법적으로 비투위를 현장에서 몰아내는 것이다. 이것을 강하게 응징하고 격퇴하지 않는다면, 비정규직 대중들은 해고되지 않기 위해서 비투위 참여를 꺼릴 것이다.
다른 하나는 고용안정, 그리고 임금을 뒷받침하는 잔업 특근 물량을 희망하는 정규직 조합원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대립시켜 분열을 유도하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98년 정리해고 분쇄 투쟁에서 지도부의 배신으로 패배를 겪었고, 정규직 운동의 지속적인 쇠퇴와 노동조합의 관료화를 직감하고 있는 정규직 대중들의 상당수가 회사살리기, 그리고ꡐ비정규직을 안전판으로 이용한 고용안정’과 같은 자본의 기만책에 현혹당하고 있다. 또한 현자 노동운동이 조합주의적으로 고착화되면서, 정규직 대중들의 가슴 속에까지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희생되더라도 나의 고용과 임금만 지키면 된다ꡑ는 후진적 의식이 침투해있다.
게다가 이런 패배적이고 후진적 의식을 교정하면서, 계급투쟁적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 정규직 현장조직의 상당수가 그런 의식에 순응하고 영합해서라도 ꡐ대의원직과 노동조합 집행부를 장악하는 데ꡑ 급급한 출세주의에 감염되어 있다. 역으로 이 출세주의는 활동가들과 간부들이 자신의 생존권을 지켜줄 수 없다는 판단을 조합원들 속에 확대시켜 ꡐ비정규직 안전판과 회사살리기ꡑ란 허황된 대안에 집착하도록 조합원들을 더욱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규직 노동자들의 위기감을 부축이면서 자행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계약해지는 현대 자본의 가장 강력한 반격 수단이 될 것이다. 그것은 이미 비투위의 핵심인 5공장 비정규직에 대한 대량 계약해지 통보로 가시화되었다.
2003년 비투위 투쟁은 당면 5공장 투쟁에서 결국 대세가 판가름날 것이다. 물론 비투위 안기호 대표와 같은 걸출한 대중 조직가가 있기도 했지만, 5공장이 비투위의 대중적 거점으로 등장한 이유는 ꡐ5공장 비정규직에 대한 대량 계약해지ꡑ가 이미 예고되어 있는 상황에서 5공장 비정규직들이 느껴왔던 엄청난 불안감 때문이었다. 이를 5공장 활동가들이 붙잡고 투쟁의 길로 이끌었던 것이다. 여기에 정규직 현장 활동가들이 가장 건강하고 대중적 영향력이 강한 곳이 5공장이라는 특수성이 결합되었다. 이 모든 요인들이 서로 화학반응하면서 비투위의 산실로 5공장 비정규직 투쟁이 탄생했다. 만일 대량 계약해지에 맞선 투쟁에서 5공장 비투위가 승리한다면 현자 울산 비투위의 빠른 진군은 의심할 바가 없다. 그러나 패배한다면 울산 현자 비정규직 운동은 당분간 엄청난 시련과 맞닥뜨릴 것이다.
이 검증대에서 5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투쟁할 것이 분명하다. 문제는 5공장 정규직 운동이 과연 이 검증대를 통과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정규직 조합원들의 상당 부분에 퍼져 있는 후진적 정서와 직접 맞닥뜨리지 않을 때, 최소한 비정규직 노동자들과의 연대가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그 어떤 직접적인 피해도 주지 않을 때, 계급적 연대 행동을 전개하는 것은 손쉽다. 그러나 자본의 엄청난 공격과 마주쳐야하고, 일시적으로는 약간의 피해도 감수해야만 할 때, 계급적 연대 행동은 전혀 다른 문제가 된다. 여기서는 노동자계급의 대의를 지키는 데 뒤따르는 일시적인 온갖 시련을 감수할 수 있는 용기 있는 노동자만이 검증대를 통과할 수 있다.
그런데 현자에서 비정규직 제도는 현대 자본이 수확하는 이윤의 심장이고 경쟁력의 원천이다. 그리고 이 비정규직 제도를 확대하는 데 현대 자본은 근 6년 동안 목을 걸어왔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착취만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볼 때 정규직 노동자들을 복종시킬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수단 또한 바로 거기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현대 자본은 98년 정리해고 국면에서처럼, 비정규직 문제에서는 전혀 굽히지 않고 온힘을 다해 강력한 공격을 감행할 것이다.
5공장에서 현대 자본은 상황을 다음처럼 진행시키고 있다. 갤로퍼 라인을 폐쇄하고 신규 라인을 깐다는 이유로 5공장 비정규직 다수에 대해 이미 계약해지가 통보된 상태이다. 만일 정규직 노동자들이 이것에 반대한다면, 현대 자본은 비정규직 운동을 압살하기 위해서라도 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해서까지 탄압의 칼을 들이밀 것이다. 그들은 이렇게 선언할 것이다: ꡒ비정규직 계약해지를 대충 묵인한다면 정규직들을 최대한 보호할 것이다. 그러나 묵인하지 않고 행동한다면 전환배치, 잔업 특근 물량 축소, 손배를 비롯해 온갖 방식으로 정규직 노동자들까지 공격할 것이다!ꡓ
정규직 노동자들이 진정으로 비정규직과 연대하고자 한다면 5공장 파업을 결단해야 하고, 나아가서 일정에 오른 정규직 임단투를 ꡐ5공장 비정규직에 대한 계약해지 철회ꡑ에 정면으로 맞춰야 한다. 그것 말고는 다른 수단이 없다. 말로 하는 항의 정도라면 현대 자본은 웃음으로 간단히 무시할 것이다. 하지만 만일 정규직 노동자들이 단호한 연대행동에 돌입한다면 현대 자본은 맹렬히 저항할 것이다. 아산에서처럼 정규직 활동가 해고와 막대한 손배 청구도 결코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기존의 일정 정도 유화적인 노사관계를 폐기하고 전면적인 대립관계를 각오할 것이다. 그것은 상당한 위험 부담이 뒤따르지만, ꡐ비정규직 제도ꡑ의 유지와 강화가 현대 자본의 사활적인 목표인 이상 그들은 위험을 겁내지 않고 과감하게 행동할 것이다.
ꡐ비정규직 문제를 방치하면 온건하게 대응할 것이고, 상당한 임금인상도 단기적으로 선물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일전을 불사하며 강하게 응징할 것이다ꡑ가 현대 자본이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다. 과연 이것을 무시하고 전면적인 투쟁의 깃발을 들 수 있을 것인가? 그것도 개인화되면서 ꡐ공장별 물량 유치 경쟁ꡑ에 매달렸던 정규직 조합원들이, 또한 ꡐ만일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이익이 서로 충돌(?)하면 결국 정규직 노조는 정규직 조합원들을 대변할 수밖에 없다ꡑ고 생각하는 상당수 대의원들과 노동조합 간부들이 기존의 안정성을 뒤흔들 이 시험대를 통과할 수 있을까? 더군다나 아산에서 자행된 대의원에 대한 해고와 대량 징계, 무노동 무임금 적용, 천문학적인 손배 청구가 사실은 울산 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보내는 경고 메시지이고, 비정규직 문제를 건드리는 이상 가만두지 않겠다는 최후통첩임이 분명한 상황에서 겁내지 않고 전면적인 투쟁에 돌입할 수 있을 것인가?
물론 그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5공장 비정규직 계약해지에 맞선 전면적인 투쟁이 없다면 울산 현자 정규직 운동은 민주노조운동의 심장이라는 자격을 완전히 상실해버릴 것이다. ꡐ계급적 단결ꡑ이란 아무 희생도, 어려움도 없을 때만 그럭저럭 시도해볼 만한 장난감에 불과했음이 명백히 폭로되고 말 것이다. 그와 동시에 이후 현자 울산 정규직 노동자들을 겨누는 핵폭탄이 될 비정규직 제도는 저지당하지 않고 계속 확대될 것이고, 결국 멀지 않은 시기에 그것은 뻥하고 터져 추락하는 현자 정규직 노동운동의 숨통을 완전히 끊어버릴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탈출구는 없다. 해고와 징계, 손배 위협을 겁내지 않고 중단없이 전개하는 총파업 투쟁만이, 그리고 비정규직 계약해지 반대를 정면으로 내건 계급적 투쟁만이 현자 정규직 노동자들을 지켜줄 수 있는 유일한 방패이다. 이런 단호한 반격을 통해서만, 이미 허물어지고 있는 아산의 정규직 운동을, 그리고 힘겹게 투쟁하는 아산의 비정규직 운동을 재건하고 상승시키면서 울산 비투위가 싹이 죽지 않고 거대한 투쟁의 나무로 빠르게 자라나도록 제대로 원조할 수 있다. 이렇게 된다면 현자 노동운동은 계급적이고 전투적인 새로운 기풍으로 무장할 것이며, 운동은 거듭나 새로운 도약을 개시할 것이다. 그리고 현자 동지들이 자임한 바대로 민주노조운동의 심장에서 터져나오는 역동적인 에너지를 통해 전체 민주노조운동이 힘찬 반격의 도약대를 쟁취할 것이다.
최소한 정규직 활동가들만이라도 선도적이고 영웅적인 연대를 반드시 조직해야 한다. 밀리더라도 제대로 최선을 다해 투쟁하면서 밀려야만 ꡐ당장 힘이 부족해 상당한 피해를 치러야 했지만 전진과 승리의 방향을 가리키는 위대한 이정표ꡑ가 건설될 수 있다.
비투위 또한 단 한 명의 정규직 활동가에 대한 탄압도 자신에 대한 탄압으로 받아들이는 계급적 면모를 입증함을 통해, 그리고 정규직 노동자들 속에 침투해들어가 있는 자본가의 거짓 이데올로기를 분쇄하는 끈기있는 설득작업을 통해 전선을 힘있게 밀어올려야 한다. 최악의 경우, 고립되어 힘들게 투쟁하더라도 모진 탄압을 견디는 장렬한 투쟁을 통해, 그리고 일시적인 패배에 굴하지 않는 끈기있는 대중 조직화 작업을 통해 미래의 승리로 이어지는 다리를 반드시 놓아야 한다.
비투위의 심장인 5공장 비투위는 정규직 활동가들의 지원조차 아주 미약한 최악의 경우에도, ꡐ현자 비정규직 운동, 그리고 전체 민주노조운동의 심장이 바로 우리가 되겠다!ꡑ는 각오로 결사항전해야 한다. 몇 달이라도 굴하지 않고 가열차게 전개하는 투쟁이라면, 그리고 노동자의 계급적 단결과 비타협적 투쟁 정신에 충실한 투쟁이라면, 그것을 통해 한명 한명씩 정규직 노동자들이 참회하고 동지로서 합류하기 시작할 것이다. 전체 비투위 노동자들 또한 5공장 투쟁 사수에 일차적인 운명을 걸어야 한다. 5공장의 패배는 비투위 전체의 패배로 곧장 이어질 수밖에 없다. 5공장의 투쟁에 단호한 행동으로 전체 현자 비투위 노동자들이 합류하는 날, 비투위는 명실상부한 단결된 부대로 우뚝 설 것이며 그 궁극적 승리는 의심할 바 없게 될 것이다.
울산 현자 비투위 투쟁의 일차적인 시험대는 ꡒ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직가입을 현자 노조가 받아들이는 문제ꡓ로 당장 제기되고 있다. 비투위가 현자 노조 직가입 추진으로 세워낸 ꡐ계급적 단결ꡑ의 깃발에 대해 정규직 활동가들은 ꡐ규약 변경ꡑ을 위한 혼신의 노력으로 화답해야 한다. 규약 변경이 비록 실패하더라도 비정규직 노조 결성을 지원하고, 비정규직 투쟁에 전면적으로 동참함으로써 정규직 활동가들은 노동자 투사의 자격을 행동으로 쟁취해야 한다.
당장 직가입이 실현될 수 없는 경우, 비투위는 즉각 비정규직 노조로 전환해 투쟁의 조직적 수단을 움켜쥐고 과감한 대중 조직화와 전면적인 투쟁에 반드시 착수해야 한다. 특히 비투위의 운명을 결정할 5공장의 전면전이 이미 일정에 오른 이상,ꡐ7월 초까지 노조 건설ꡑ은 미룰 수 없는 절박한 과제이다. 이를 어떤 이유로든지 회피할 때, 비투위는 투쟁하고자 하는 강렬한 열망으로 꿈틀거리는 비정규직 노동자들로부터 버림받을 것이다. 비투위가 온힘을 다해 투쟁해보지도 않고 자신의 힘을 믿지 못하면서 주저하며 정규직의 원조의 손길에만 기대하고 있는 처량한 조직임이 확인될 때, 비정규직 투사들은 비투위를 버릴 것이다. 그리고 투사들이 사라진 자리에 남겨진 비투위란 아무런 의미도 없는 껍데기 깃발에 불과할 것이다. 이미 바로 얼마전 비투위 총회에서는 “직가입이 7월초까지 추진되지 않을 시에, 우선 독자 노조를 세워 투쟁하면서 통합 노조를 추진한다”는 결정을 내림으로써 다시 한번 도약의 기틀을 만들고 일차적 시험대를 훌륭하게 통과했다.
당장의 결과가 어떻든, 현자 울산과 아산에서 떠오르고 있는 비정규직 투쟁의 의의는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투쟁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당당한 자주적 진출을 반영하고 있으며, 기존의 한계를 뚫고 계급적 연대를 향하기 시작하는 전투적인 정규직 활동가들의 자각을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에도, 이 투쟁은 비정규직 투사들에게ꡐ승리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 준비해야 할 것들’을 가르쳐줄 것이며, 한국 민주노조운동 속에 퍼진 분열과 타협주의의 독소를 반드시 도려내야 한다는 점을 모든 진지한 활동가들이 직시하도록 밀어붙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동지들, 2003년 현자 투쟁이 패배가 아닌 승리를 통해 전체 운동이 나아가야 할 길을 가르치도록 우리의 모든 힘을 다하자. 연대하자! 엄호하자! 투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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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청계천복원공사 그리고 투쟁하는 사람들 (7분리포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