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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타임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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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비정규직]경일투쟁 협상 타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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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일기업 투쟁 관련 합의서가 오늘 오후 3시쯤 나왔습니다. 일단 합의서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합 의 서
경일기업 작업거부 관련 현 상황에 대하여 아래와 같이 합의하고 상호 합의내용을 책입지고 이행할 것을 합의한다.
-아 래-
1. 작업거부자(경일기업소속)11명에 대하여 1개월내에 6명은 경일기업에 재취업하고 5명은 3공장내 타업체에 재취업한다.
2. 재취업자 11명은 향후 건의 및 애로사항등이 있을 시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합법적으로 진행할 것이며 불법적인 작업거부 행동등을 하지 않는다.
3. 본건에 대하여 상기내용을 상호 성실히 이행하고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치 않으며 사내협력업체 노조도 단식, 출퇴근집회, 농성 및 탠트설치 등 제반 단체 행동등을 하지 않는다.
4. 본 사항 종료시 경일기업은 계약해지 검토한다.
2004. 2. 24.
경일기업 대표
비정규직노조 위원장
경일기업 11명 대표
3공장 대의원 대표
현대차노조 조직강화 팀장
이번 결과는 명백히 '부분적 승리'입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저는 '부분적'이라는 부분보다는 '승리'라는 쪽에 좀더 강조점을 두고 싶습니다.
과거 민족주의자들이 즐겨쓰던 '승리적 관점의 평가'를 강조하고자 함은 아닙니다. 그러나 모든 조건이 패배가 예정된 것처럼 보이던 현실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물을 거스르듯 온갖 희생과 헌신으로 역류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비록 정상에까지 다다르지 못했다고 해서 역류를 만들어낸 사실까지 폄하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경일기업 노동자들은, 정규직 현자노조가 한참 대의원 선거를 하느라 정신이 없던 시점에 작업거부투쟁에 돌입했습니다. 정규직 활동가들의 핑계는 너무나도 명분있어 보였습니다. "대의원 선거 중이니까, 선거가 끝나고 만일 내가 당선되면 해결해줄께"
그러므로 경일 노동자들은 정규직 대의원선거가 끝나는 시점까지는 어떠한 정규직 측의 지원도 기대할 수 없었습니다. 물론 투쟁시점을 이렇게 선택한 데에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태어나서 생전 처음 투쟁해보는 노동자들에게 '적절한 타이밍'이란 단어는 익숙하지 않은 것입니다. 화장실 갈 시간조차 주지 않는 비열한 자본에 맞서 "좀더 기다려라"는 얘기가 오히려 부적절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다행히 대의원 선거가 끝나는 2월12일까지 경일 노동자들은 10여일을 힘차게 잘 버텨왔습니다. 대의원 선거가 끝나기 직전인 2월11일, 노동조합 안기호 위원장은 <단식노동>이라는 극한투쟁방식을 선택하며, 자칫 대의원 선거가 끝나고 도와줄께라는 약속이 물거품이 되지 않도록 자신을 희생하는 결단을 내렸습니다. 여기에 해고자 이영도, 김형기 동지 또한 이틀 뒤 정문 앞 철야단식농성이라는 투쟁으로 화답하였습니다.
그즈음 현중 사내하청 박일수 동지가 분신자결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당연히 현자비정규직노조는 가장 먼저 현대병원으로 달려가 밤을 새우며 시신을 사수하는 열정을 보였고, 비록 경일 투쟁으로 지역동력이 붙지 않고 현중사내하청투쟁에 집중되었지만 쉼없이 굽힘없이 투쟁을 전개했습니다.
현자노조는 다시 2월17일부터 정기대의원대회에 돌입했습니다. 투쟁의 국면에 몇일씩 걸리는 정기대의원대회가 열린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선 대의원 400명을 항상적인 투쟁대오로 동원할 수 있다는 이점인 것처럼 보이지만, 요즘같은 대기업노조운동풍토에선 정반대로 작용합니다. "정기대의원대회 일정 등으로 바쁘다"는 핑계거리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현중투쟁에 결합하랴 경일투쟁 진행하랴 우리 투사들은 너무나도 험난한 행로를 걸어왔습니다. 안기호 위원장은 초반 일주일간 단식노동으로 체력이 거의 바닥나기 시작했고, 건강상태가 좋지 못한 해고자 2인 또한 어려운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2월20일, 현자노조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직가입이 아무런 보장책도 없이 연기되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경일투쟁과 현중투쟁 와중에도 대의원대회장에 달려가 직가입 실현을 목놓아 외치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허탈함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대의원대회 직후, 사측에서는 기존 태도를 180도 바꾸어 경일투쟁에 나선 11명 노동자 면직, 손해배상소송 등을 전면적으로 제기할 태세를 보였습니다.
어려운 선택의 기로에서, 현자비정규직노조는 대단히 원칙적인 길을 선택했습니다. 직가입 무기한 연기라는 사태에 대해 정규직노조를 운동적 측면에서 정면으로 비판하고, 경일 투쟁의 파고를 더욱 높이자는 취지였습니다. 직가입 무산 이후 자본의 대대적인 공격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규직노조의 지원이 절실히 요구되었던 시점이지만, 원칙적인 운동적 비판을 통해 각성을 요구하고 경일투쟁 지원을 요청했던 것입니다. 성공가능성을 점치기 어려운 전술임에 틀림없습니다.
다행히 정규직노조운동이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직가입에 대한 처리가 자신들 보기에도 민망했던지 조금씩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오전에는 출근투쟁 이후 현대자동차 원청 본관에 항의서한 전달이라는 험난한 투쟁을 경과해야 했습니다. 다수 동지들이 부상하는 등 원청 관리자들의 폭행은 현중의 그것과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 수준으로 탄압강도가 높았지만, 오히려 그것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분노를 높이는 쪽으로 작용했습니다. 그리고 오전의 폭행사태가 있은지 채 6시간도 지나지 않아 합의서가 나왔습니다.
합의서 내용 중 투쟁했던 11명 전원의 원직복직이 되지 않고, 50%만 원직복직을 쟁취하고 나머지 동지들은 3공장 타업체로 재취업하는 쪽으로 정리되었다는 점, 그리고 경일기업 퇴출이 아니라 '퇴출 검토'로 문구의 수준이 낮춰졌다는 점에서 이번 승리는 분명히 '부분적인' 승리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이런 투쟁을 통해 단 한명의 노동자도 해고되지 않고 살아남아 현대자동차 사내하청으로 복직한다는 '선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이번 승리는 두고두고 현자비정규직노조의 성과로 남게 될 것입니다. 저런 투쟁을 벌여도 쫓겨나지 않고 복직할 수 있구나라는,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자신감 상승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비록 경일기업 퇴출을 명시하는 데에는 성공하지 못했으나, '퇴출 검토'란 단어를 통해 부당노동행위가 또다시 이어질 경우 경일기업은 퇴출 1순위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복직할 6명의 동지들과 현장에서 일하던 작업자들이 힘을 다시 모은다면, 경일기업 대표는 결코 자기 멋대로 노무관리를 하는 작태를 반복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번 투쟁을 통해 경일기업 노동자들은 당당한 '조합원'이 되었습니다. 단순히 11명의 노동자가 조합에 가입하게 되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기 힘으로 온전히 성과를 쟁취했기에 이번 승리가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 미치게 될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물론 합의사항을 완전 이행하는 날까지 결코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될 것입니다. 자본의 속성상 우리가 긴장을 풀고 맘을 놓아버리면 또다시 합의사항은 '없던 일'이 되어 뒤통수를 치고 나올테니까요.
오늘부터 안기호 위원장과 이영도, 김형기 해고자는 단식을 풀고 미음으로 저녁식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2주간의 단식 이후 쌀밥을 먹을 수 있기까지 아마 2~3주 가량 걸리겠지만, 식사를 다시 하게된 그 동지들에게 수고했다는 말씀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번 투쟁이 승리할 수 있도록 깊은 관심을 표명해주신 전국의 많은 분들께 함께 '수고하셨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여세를 몰아 현중사내하청 투쟁을 반드시 승리로 이끌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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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하청투쟁일기]-희망은 있다-진용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