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 3일 전비연 운영위차원에서 토론된 초안입니다. 9월 3-5일 전비연 간부수련회및 대표자회의에서 논의하여 확정할 예정입니다.
전국비정규연대회의(준) 상반기 평가 (초안)
[전국비정규연대회의(준) ‘05년 투쟁 목표]
1) 권리입법쟁취
- 임시국회 개악저지, 입법쟁취
- 하반기 노사관계로드맵 분쇄 및 권리입법, 특수고용 노동3권 쟁취
2) 현장 투쟁을 통해 노동3권-기본권 확보와 조직 강화 및 확대
- 임단협 및 현안투쟁 승리를 통한 노동기본권 확보
- 조직 강화 확대
3) 비정규 영역별 공동투쟁과 지역 연대 투쟁의 활성화
4) 전국비정규연대회의 본조직 출범
[총평]
○ ‘05년 노동자투쟁에서 비정규직노조들의 대중투쟁이 전국 전선을 선도하게 되었다. 그러나 전국 전선을 선도한 비정규투쟁이 개별 단사투쟁으로부터 촉발된 것이며, 개별 투쟁에 대한 전비연 차원의 지지연대는 매우 부족한 것이었다.
○ 지난해에 이어 비정규법안을 둘러싼 노-정간의 힘겨루기가 지속되었으나, 전국적 전선의 의미에서 보자면 지속적으로 밀려오는 싸움이었다. 전비연은 ‘개악저지’가 아니라 ‘입법쟁취’라는 분명한 목표를 민주노조운동의 과제로 부각시키는 데에는 일정 부분 성공하였으나, 이를 비정규대중들의 공동투쟁·정치투쟁·제도개선투쟁으로 뒷받침하는 데에는 역부족이었다.
○ 특수고용·지역일반에 이어 사내하청·공공부문 등 영역별 공동투쟁을 위한 연대체 건설을 가시화시켰으며, 특히 사내하청 부문에서 현장투쟁을 통해 비정규대중의 조직화를 매우 성공적으로 진전시켰으며 투쟁력을 배가시켰다. 그러나 아직 지역별 연대체 건설과 활성화는 여전히 미진하다.
○ 본조직 출범에 대한 간부급 동의와 결의를 만들어가고 있으나 대중적 동의와 결의를 만들어갈 구체적 프로그램을 기획·집행하지 못하고 있으며, 교육·선전·조직 등 집행력 강화를 위한 노력은 진행되었으나 안정적이지 못하다. 안정적 재정확보 또한 여전히 남은 숙제이다.
○ 전비연은 상반기에 개별 비정규노조들의 처절한 투쟁, 대표자와 간부 중심의 선도적 투쟁을 벌여왔으나, 비정규직 문제 및 권리입법 쟁취라는 전국적 투쟁전선 형성을 위해서는 기존 개별 단사투쟁이나 선도적 투쟁을 넘어 지역과 업종을 뛰어넘는 비정규직 대중들의 투쟁 조직이 전비연에게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05년 비정규직대중투쟁이 전국 전선을 선도하게 되다
‘05년 투쟁이 예년 투쟁과 질적으로 달라진게 있다면, 올해 투쟁의 포문도 비정규노조들의 대중투쟁이 열어제꼈고, 비정규직노동자들의 대중투쟁이 직접 전국적 투쟁전선을 선도해왔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연말 계약해지 및 집단해고를 당한 하이닉스매그나칩사내하청지회, 경찰청고용직노조, 부산시설관리노조 등이 계약해지에 맞서 장기간 자본과 정권에 맞선 항쟁을 1월1일부터 시작하며 올해 투쟁의 첫 포문을 열게 되었다. 6개월 내지 1년 주기로 계약갱신을 반복하는 형태가 비정규직의 특성이다보니 연말이 되면 이렇게 집단적으로 정리해고되는 사태가 발생하게 되는데, 예년과 달리 올해의 경우에는 그러한 비정규직들이 조직화되어 힘차게 투쟁을 전개하게 되었다는 점이 중요한 특징이다.
또한 올해 1월18일부터 현대자동차 울산의 비정규직노조가 “불법파견 정규직화”와 “노조탄압 중단”을 내건 파업투쟁을 시작하여 지금 이순간까지도 6개월 이상 투쟁을 지속하고 있으며, 기아자동차 화성의 사내하청노동자들이 역시 부당한 차별을 철폐하고 부당노동행위를 행한 관리자 처벌을 요구하며 보성노동자들이 집단적인 잔업거부투쟁과 천막농성을 6개월 가까이 지속했다. 울산 건설플랜트노조가 3월18일 파업투쟁에 돌입하여 76일간의 항쟁을 벌이며, 무려 43명의 구속자와, 수백명의 중경상자를 내며 격렬한 대중시위와 전국적 연대투쟁을 선도했다. 지난해 말에 결성된 덤프트럭기사들의 노조인 ‘덤프연대’ 역시 올해 5월1일 총파업에 돌입하여 11일간의 총파업을 벌이며 건설현장을 마비시키는 등의 파괴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이닉스매그나칩사내하청지회 역시 집단해고된지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희생을 각오한 결연한 투쟁을 지속하고 있다.
이들 비정규직투쟁이 전국적 주목을 받게 된 원인은 크게 세가지로 꼽을 수 있다.
첫째, “가장 낮은 곳에서 차별받는 노동자들의 투쟁”이었다는 점이다. 울산건설플랜트와 덤프연대 노동자들의 투쟁이 건설현장 다단계하도급의 맨밑바닥에 위치한 ‘노가다’들의 반란이었다면,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투쟁은 바로 옆에서 똑같은 일을 하는 정규직에 비해 극심한 차별을 받는 비정규노동자들의 투쟁이었다.
둘째, 이들의 투쟁이 애초 예상했던 것보다 매우 격렬하고 끈질기게 전개되었으며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투쟁을 이끌었던 노조 지도부들조차 예측하지 못했던 비정규노동대중 가슴의 끓어오르는 울분이 한순간에 터져나왔던 것이다. 사내하청노조들의 투쟁이 이미 6개월을 훌쩍 넘겨버렸고, 울산 건설플랜트노조가 76일간, 덤프연대가 11일간의 파업을 진행했는데, 모두 투쟁 초기에 예상했던 것보다 장기간 격렬한 저항을 보여주었다.
셋째, 장기간 지속된 투쟁과 정권·자본의 십자포화에도 불구하고 투쟁이 소강 상태에 빠지기보다는 오히려 조직을 확대하며 2차, 3차 반격투쟁을 감행했다는 점이다. 울산건설플랜트노조는 파업 초기부터 꾸준히 조직이 확대되었으며 76일간 격렬히 지속된 투쟁에서 조합원들의 이탈이 거의 없었다. 현대자동차 사내하청의 경우 1월18일 파업돌입과 동시에 조합원 규모가 확대되었고, 전원해고를 당하면서도 6개월째 파업농성을 이어가며 정규직과의 연대를 이끌어내는데 성공, 6월 한달간 무려 2천여명의 조합원을 확보하며 집회, 잔업거부투쟁 등 반격투쟁에 나서고 있다.
5월1일 파업에 돌입한 덤프연대는 더욱 놀라운 성장률을 보여주는데, 애초 1천명 안팎의 조직규모가 파업을 거치며 3~4천 수준으로 성장했으며, 실제 6월8일 민주노총 집회에 전국에서 2,500명의 덤프트럭기사들이 운집하는 조직력을 과시했다. 5월1일부터 시작된 파업에는 조합원 뿐 아니라 더 많은 비조합원들이 동참하여 1일 최고 1만여명의 덤프트럭 기사들이 일손을 놓음으로써 건설현장을 마비시키는 힘을 보여주었다.
또다른 측면을 보자면 비정규직대중투쟁의 파급력에 비해 정규직 중심, 임단투 중심의 투쟁이 사회적 파급력과 전국전선의 선도능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도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민주노총 소속 산별연맹 임단투의 경우 가장 투쟁동력을 갖추며 진행된 곳이 금속노조와 보건의료노조인데, 금속노조의 경우 6월말부터 7월중순까지 6차례에 걸쳐 부분파업 전술을 감행한 바 있다. 그러나 계급적 요구라 할 수 있는 핵심쟁점인 불법파견과 바이백, 산업최저임금과 관련하여 조합원 뿐 아니라 노동계급 전체의 힘을 모아내고 집중시킬 수 있는 강력한 투쟁은 계획되지 못했다. 또한 핵심쟁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원하청관계의 맨꼭대기에서 구조조정을 주무르는 현대기아자동차와 현대모비스를 직접 상대로 한 투쟁이 필수적이며 또한 조합원 뿐 아니라 전체 노동자의 힘을 모아내기 위해서도 필수적인 부분인데 그러한 투쟁기획은 엿보기 힘든 것이 사실이었다. 다만 불법파견과 관련하여 “관계기관의 불법파견 확인시 소정의 절차를 거쳐 정규직 채용을 원칙으로 한다”는 합의를 끌어낸 점, 산업최저임금과 관련하여 액수와 무관하게 적용범위를 비정규직 및 이주노동자로 확대하는 것을 끝까지 고수하여 쟁취한 점 등은, 앞으로 금속노조가 계급적 요구를 내걸고 더 큰 사회적 힘과 노동계급 전체의 힘을 동원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고 하겠다.
보건의료노조의 경우 중앙노동위원회의 직권중재라는 악법조항에 부딪혀 일정한 사회적 쟁점을 형성하였고, 민주노총의 노동부장관 퇴진 주장과 함께 노동위원회 집단사퇴 전술과 맞물림으로써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음에 분명하나 이 역시 임단투라는 한계를 갖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늦어도 8월초중순 경에는 최종 타결을 향해 빠르게 나아갈 것으로 예상되며, 전사회적 쟁점을 형성하거나 전선을 만들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7월8일 민주노총 ‘총파업(?)집회’였다. 故 김태환 열사 사건 이후 한국노총이 역사상 최초로 노동부장관 퇴진을 외치며 7월7일 총파업투쟁을 선포했고, 민주노총은 보건의료노조와 금속노조의 파업이 예정되어 있던 7월8일에 맞추어 총파업투쟁과 광화문 대규모 집회를 계획했다. 그러나 보건의료노조가 뜻하지않게 중노위 직권중재에 회부되며 8일 하루 파업이 철회되고 금속노조가 권역별 집회 형식으로 파업집회를 열게 되자, 광화문 총파업 집회에는 2,500 덤프연대(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중심으로한 3~4천여명 규모의 집회로 치러지게 된 것이다.
개별 비정규노조들의 처절한 투쟁, 그러나 전비연 차원의 지지·연대·엄호는 매우 미흡했다
울산플랜트 동지들의 처절한 투쟁이 76일간 지속되고 하이닉스매그나칩 사내하청 동지들의 피눈물나는 정권과의 싸움이 벌어지는 동안, 전비연 차원의 지지·연대·엄호투쟁은 매우 미흡한 편이었다. 물론 아직 전비연이 조직체계를 완성하지 못하고 단위노조의 투쟁을 지도할 수 있는 역량과 위치를 확보한 것은 아니기에 개별 투쟁에 대한 지지·연대·엄호가 충분하게 진행될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나, 울산플랜트와 하이닉스매그나칩 투쟁 등 그 전국적 의미가 분명한 사안에 대해 연대전선 설치를 위한 노력은 민주노총과 산별연맹 뿐 아니라 전비연에게도 요구되는 부분이라 할 것이다.
전비연은 울산플랜트노조의 마포 SK허브블루 타워크레인고공농성과 상경투쟁이 시작된 4월말부터 고공농성 지지연대 및 5월17일 청와대 항의집회 등을 통해 울산플랜트 투쟁에 연대하기 위해 노력했다. 대표자 및 간부들 중심의 기자회견, 항의집회·항의방문 등의 노력은 소중한 연대임에 분명하지만, 당시 정세에서 요구되는 대중적 지원투쟁을 조직하는 데까지 나아가지는 못했다. 건설연맹 산하의 비정규노조들과 플랜트노조협의회 차원의 연대투쟁은 매우 활발하게 조직된 편이다. 하이닉스매그나칩사내하청지회 투쟁의 경우, 사내하청노조들을 중심으로 5월20일 노동자대회 참여를 조직한 것과 모금운동을 실시한 정도를 제외하면 이렇다할 연대투쟁을 이끌어내지 못한 점이 매우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전비연이 개별 단위노조의 투쟁 대부분을 지도·지원하고 엄호투쟁을 전개할 만큼 성장하지 못한 것은 분명하다. 또한 지원·엄호투쟁이 반드시 대중적 동원만을 뜻하는 것도 아니다. 전비연이 담당해야 할 몫은, 전국적 의미가 분명한 단위노조의 투쟁을 정치적·사회적 쟁점으로 만들어내고 가능한 비정규직 공동투쟁으로 승화시키도록 조직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올해 1월18일 현대자동차 울산비정규직노조의 파업투쟁이 시작되고 현대자본의 온갖 탄압이 집중되던 시기, 전비연이 기획하여 전국 60여개 현대자동차(주) 사업소에서 진행한 2월2일 전국 동시다발 1인시위는 매우 뜻깊은 투쟁이라 하겠다. 투쟁주체들에게 직접 힘을 줄 수 있는 작은 실천을, 전국 60여개 지역에서 동시다발로 조직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또한 현대자동차 영업소 앞 시위를 벌임으로써 현대 자본에 대한 타격의 의미를 명확히 한 것이었다.
지속적으로 밀려온 비정규권리입법쟁취 전국투쟁전선
지난해 하반기 정기국회에 제출된 정부의 비정규개악안 통과를 둘러싼 노-정간의 힘겨루기가 결국 올해 임시국회로 넘어오게 되었다. 그러나 2월 임시국회, 4월 임시국회, 6월 임시국회를 경과하는 동안 비정규개악안을 둘러싼 정세는 애초 목표인 권리입법쟁취에서 점차 밀리고 밀려서 ‘개악유보(저지) vs 강행통과’의 전선으로 후퇴해왔다.
작년 11월26일 6시간 총파업을 감행했던 민주노총 지도부는 11월29일 “개악안 논의가 내년 2월 임시국회로 유보되었다”며 11월 투쟁을 성과적으로 평가한 뒤, “우리의 목표는 개악안 유보가 아니라 입법쟁취”임을 명확하게 선언하고 ‘05년 투쟁으로 입법쟁취를 하겠다고 선포한 바 있다.
그러나 올해 2월 임시국회에서 법안논의가 유보될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전경련과 경총의 엄청난 로비공세 속에 2월23일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강행처리 입장을 밝히며 개악안 통과가 예상되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졌다. 하지만 개악저지 및 입법쟁취를 위한 총파업투쟁전선 형성은 되지 않았고, 1월부터 시작된 기아자동차 입사비리 문제로 정규직 중심의 민주노조운동 전체가 위축되면서 민주노동당 의원단 중심으로 상임위 점거전술이 벌어지는 것을 국회 외곽에서 지지엄호하는 수준의 대응밖에 이뤄지지 않았다.
이러한 위축과 후퇴를 만회하기 위해 4월1일 민주노총 차원의 4시간 파업이 진행되었으나, 여전히 금속 중심의 파업과 집회동원 정도에 머물렀다. 게다가 4월1일 총파업집회의 경우 울산과 청주에서는 각각 울산건설플랜트와 하이닉스매그나칩 등 비정규노조를 중심으로 격렬한 시위가 벌어진 반면, 1만명 이상이 운집한 서울에서는 국회 앞 평화집회 수준에서 마쳐짐으로써 전선의 확대를 선도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4월 국면에서는 다른 때와 달리 국회를 중심으로 비정규법안 관련 노사정 교섭이 수차례 진행되기도 했다. 사회적 교섭을 둘러싼 3차례의 민주노총 대의원대회가 파행을 거듭하다가, 비정규법안과 관련한 교섭에 대해서는 위원장 책임하에 진행하기로 하여 노사정 대화가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노사정 교섭은 입법쟁취를 위한 총파업투쟁전선 형성노력과 병행된 것이 아니라는 명백한 한계를 갖고 있었다. 단적인 예를 들면, 교섭 국면에서 하이닉스매그나칩과 울산건설플랜트노조는 수십명이 구속되고 수백명의 머리가 깨지는 등 ‘목숨을 건 항쟁’을 전개하고 있었는데, 교섭석상에서는 이러한 쟁점은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결국 전국적 투쟁전선을 형성하지 못한 채 진행된 노사정 교섭에서 진전된 논의를 이끌어낸다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것이었고, 투쟁동력이 부재한 상황에서 그나마 개악저지조차 힘겨웠던 국면이었으나 국가인권위원회가 4월13일 정부 비정규법안 관련 의견서를 제출하면서 상황의 반전이 이뤄지기도 했다. 인권위원회의 의견서 발표 이후 정부 개악안이 일정하게 힘을 잃게 되면서 그나마 4월 국회 강행처리를 유보시키는 정도로 마감되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애초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이 제출한 ‘비정규권리보장입법안’이 아니라 ‘국가인권위원회 의견서’ 수준의 입법요구를 수정안으로 제시함으로써 전선의 혼란이 야기되기도 했다.
6월 입법쟁취투쟁은 초반부터 투쟁동력 형성논의에 실패한 상태에서 진행되었다. 6월10일 민주노총은 중집회의에서 ‘개악안 논의와 무관하게 6월20일 총파업돌입’안을 놓고 찬반논의를 거치다, 결국 ‘개악안이 법안심사소위 통과될 시에 총파업돌입’으로 투쟁방침을 결정하게 된다. ‘입법쟁취’가 목표라기보다는 실질적으로는 ‘개악저지’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모든 투쟁의 초점이 “법안심사소위 논의를 저지하는 것”으로 모아지게 된다.
6월14일 한국노총 김태환 충주지부장이 레미콘노조 투쟁에 연대하다 대체기사가 모는 레미콘 바퀴에 머리가 깔려 즉사하는 참사가 벌어지면서, 특수고용 비정규직의 문제가 전사회적 쟁점으로 올라오게 되었는데도 비정규권리입법 쟁취와 결합시킨 전국투쟁전선 형성은 이뤄지지 못했다. 급기야 6월 하순경 열린우리당 측이 강행통과 의지를 강력히 표명하게 되자, 양대노총 위원장은 6월23일 기자회견을 통해 “6월 입법을 유보하고 7,8월 노사정이 집중적인 교섭과 대화를 진행한 후 9월 입법완료”라는 입장을 제출하게 된다. 이 입장 자체가 ‘입법쟁취’라기보다 현실적으로 ‘개악저지’에 투쟁목표가 맞춰져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결국 6월 국회 역시 법안처리가 이뤄지지 않고 정기국회로 넘어가게 되었으나, 이는 어차피 정부와 재계가 하반기 노동기본권 후퇴를 목적으로 하는 ‘노사관계 로드맵’ 논의를 공언하고 있는 상태여서, 비정규법안 문제까지 겹쳐지게 되면 정기국회가 시작되는 9월 이후 정세는 현재로선 예측불가능한 상황이다.
비정규노조들의 대중적 투쟁으로 권리입법 쟁취를 밀어올리는데 한계를 보였다
권리입법쟁취를 위한 전국투쟁전선이 지속적으로 밀려오는 가운데, 전비연과 비정규노조들은 대중적 투쟁을 조직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전선을 사수하고 돌파하는 데에는 한계를 보였다.
지난해 전비연은 열린우리당 의장실 점거농성, 건설운송·타워크레인노조가 선두에 선 11.26 하루 정치총파업투쟁, 국회 안 타워크레인 고공점거농성 등으로 권리입법쟁취를 위한 전국투쟁전선을 사수해왔으나, 올해의 경우 전국투쟁전선의 후퇴를 대중적 투쟁으로 막아내고 입법쟁취라는 과제 실현에까지 미치지는 못했다. 민주노총 지도부가 총파업 조직을 통한 입법쟁취투쟁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가운데, 전비연 역시 몇몇 국면에서는 임시국회 개악안 저지 중심으로 대응하는 한계를 보이기도 했다.
물론 전비연은 ‘개악저지’가 아니라 ‘입법쟁취’가 투쟁의 목표임을 분명히 하면서 투쟁을 조직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2월 임시국회 당시 ‘사회적 대화’를 둘러싼 두차례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파행사태 및 기아자동차 입사비리 등으로 전체 민주노조운동진영이 위축되어있는 상황에서, 전비연은 2월16일 전국 비정규노조 간부파업을 선포하고 국회 앞과 아산·울산 등 3지역에서 권리입법 쟁취를 위한 집회를 진행한 바 있다. 3곳 합하여 약 500여 대오에 불과했지만 비정규노조들이 스스로 투쟁을 결의하고 나섰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투쟁이었다.
또한 2월 임시국회에서 개악안 논의가 4월 국회로 유보되고 민주노총이 4월 총파업투쟁을 기약하고 있을 때, 전비연은 비정규노조 간부와 조합원들 중심으로 약 40여 대오를 조직하여 4월 총파업 조직화를 위한 전국순회투쟁을 3월22일부터 27일까지 1주일간 진행했다. 이 투쟁에는 비정규노조들 뿐 아니라 금강화섬과 코오롱 정리해고자 등 구조조정 과정에서 폐업과 정리해고를 당한 정규직 노동자들도 결합함으로써 비정규노조를 중심으로 전국 투쟁사업장이 공동행동을 조직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또한 전국순회투쟁단 40여 대오에는 간부들 뿐 아니라 비정규노조들의 평조합원들이 상당수 참여함으로써 일주일간 뜻깊은 순회투쟁을 전개하였다. 22일(서울)-23일(구미, 창원)-24일(울산)-25일(광주,전주)-26일(아산,한원CC,소하리)-27일(인천,서울)의 여정으로 각지의 비정규투쟁사업장 및 대기업 사업장을 돌면서 투쟁을 전개했다.
사내하청노조대표자회의, 공공부문비정규노조연대회의 구성 및 조직력과 투쟁력의 확대를 이뤄냈다
2003년 현대자동차 아산공장과 울산공장, 현대중공업과 금호타이어에서 사내하청 비정규직노조가 출범하고 특히 상당수 노조가 대중적 조직화와 투쟁을 통해 현장에 뿌리내리기에 성공한데 이어, 2004년 불법파견 집단진정과 판정 등으로 이어지는 불법파견 투쟁의 시동을 걸었으며, 2005년에는 현대자동차 전주공장과 GM대우차 창원공장,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 등에서 비정규직노조가 출범함으로써 제조업 대공장 사내하청노조가 속속 조직화에 성공해왔다. 특히 과거 결성과 동시에 업체 폐업 등 극악한 탄압으로 사멸해가기 일쑤였던 역사를 바꾸고, 원·하청 연대에 입각한 대중투쟁과 조직화에 성공함으로써 ‘자본의 탄압에 맞서 결연한 투쟁으로 민주노조를 사수하는 역사’를 새롭게 써가고 있다.
전비연 결성 초기부터 사내하청노조들은 신생노조로서 결합한 바 있으며, 특히 상당수 사내하청노조들은 노조설립 전단계부터 간부 수련회나 회의 참관 등 전비연과 일정한 관계를 맺어왔던 점이 큰 특징이다. 이에 전비연은 올해 초부터 사내하청노조의 공동연대투쟁을 위한 연대체 결성을 분명한 사업목표와 과제로 설정하고 이를 간접고용 비정규노조의 연대로 확장시킨다는 전망 아래 올해 3월8일 울산에서 전국사내하청노조대표자 간담회를 실시했고, 곧이어 3월18일 기아차 화성공장 연대집회를 통해 2차 간담회를 진행하여 연대체 결성의 토대를 닦기 시작했다.
GM대우차창원공장비정규직지회 설립보고대회가 열린 4월13일, 창원공장에서 전국사내하청노조대표자 1차회의를 갖고 공동투쟁을 위한 4대 요구를 확정함으로써 사내하청노조대표자회의를 구성하기에 이르렀으며, 그후 서울모터쇼 항의투쟁 및 4.30~메이데이 상경투쟁 등을 공동으로 전개함으로써 사내하청노동자들의 공동투쟁의 경험을 쌓아가고 있다. 그후 금속연맹 상경투쟁기간인 6월14일 전국의 사내하청노조 대표자들과 전비연 간담회를 갖는 등 전비연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성장해가고 있다.
[공공부문비정규노조연대회의] 관련 내용 첨부 - 김승운 동지
파견업종 전면허용, 기간제 사용자유화 등을 골자로 한 정부 비정규개악안이 6월 국회를 넘겨 9월 정기국회로 넘어가게 되었다. 법안 유보의 이유에는 故 김태환 열사의 죽음을 계기로 특수고용 비정규직 문제가 사회적 쟁점으로 올라선 점, 양대노총의 개악안 반대투쟁 등의 사회적 저항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하반기 ‘노사관계 로드맵’과 동시에 처리하겠다는 정권과 자본의 의도가 숨어있기도 하다.
따라서 가을이 되는 9월 이후에는 이른바 ‘노사관계 로드맵’을 축으로 한 노동기본권 후퇴 논의와 비정규개악안이 맞물리면서 매우 복잡하고 예측불가능한 노동정세가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9월 이후 노동정세를 가늠하는 것은 7~8월 비정규직대중투쟁을 중심으로 한 전체 민주노조운동진영이 비정규권리입법과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해 얼마나 가열차게 투쟁하느냐 하는 것에 달려 있다.
올해 하반기 비정규권리입법 쟁취와 노사관계로드맵 분쇄를 위한 전체 민주노조운동진영의 투쟁방향을 논하기 위해 현재 진행형인 투쟁을 점검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왜냐하면 비정규직대중투쟁의 성격 자체가 작년과 올해 많은 변화를 보여주고 있으며, 전체 운동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비중 또한 - 주체가 그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느냐와 무관하게 - 상당히 높아졌기 때문이다. 달라진 지형과 정세에서 예년의 경험과 관록만을 바탕으로 운동방향을 논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높아진 위상만큼 하반기 투쟁의 책임있는 주체로 서나가기 위한 노력이 중요!
하반기 비정규직투쟁의 경우 사내하청과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투쟁이 양대 축으로 나서게 되는데 그 개요를 대략적으로만 살펴보자면, 사내하청의 경우 현대자동차 울산·아산·전주 비정규직노조들의 불법파견 정규직화를 위한 7~8월 대중투쟁이 핵심이며, 특수고용의 경우 노동자성 인정과 유류보조비 쟁취를 위한 화물연대·덤프연대·레미콘노조 등 운송기사들의 투쟁이 9월로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덤프연대·레미콘노조 등 건설업종의 경우 7~8월은 장마가 겹쳐 일감이 부족해지기 때문에, 성수기가 되는 9월이 되어야 대중적 투쟁동력의 집중이 가능해진다)
따라서 7~8월 핵심적인 비정규직투쟁은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이며, 완성차노조의 임단투와 맞물리면서 7월말 8월초에 가장 큰 파고를 그리게 될 것이다. GM대우차의 경우 특단협이 겹쳐져 7월13일 쟁의찬반투표를 마치는 등 가장 빠른 속도를 보이고 있으나, 현대차·기아차·쌍용차의 경우 최소한 7월말이 되어야 쟁의찬반투표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자동차 울산·아산·전주 비정규 3주체는 “한시간을 싸우더라도 함께 싸운다”는 원칙 아래 7월말 잔업거부, 8월초 부분파업·전면파업 등 생산타격투쟁에 나설 예정이며,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투쟁을 중심으로 GM대우차 및 기아자동차 비정규투쟁을 결합시켜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전국적 공동투쟁전선을 형성해내느냐 하는 것이 최대 관건이 될 것이다.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대중투쟁은 노동자성 인정과 운송단가 문제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며, 건설운송·덤프연대·화물연대 등이 선도하게 될 것이다. 아직 그 시점을 정확히 예견할 수는 없으나 건설업종 특성을 감안했을 때 9~10월에 가장 큰 파고를 그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정부 비정규법안에 특수고용 문제가 빠져있는 상태에서 노사정위는 ‘최종 보고’의 형식으로 논의를 종결할 것으로 보이며, 복수의 개악안을 제시하게 될 것이다. 이 역시 결국 하반기 정부 개악안 입법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기에 하반기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동자성 인정투쟁은 불가피하다. 여기에 한없이 치솟는 경유가 등으로 인해 생존권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만큼,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생존권투쟁도 궤도에 오르게 될 것이다.
앞서 비정규직투쟁이 예년에 비해 그 위상과 사회적 파급력이 달라진 반면, 아직 비정규직투쟁에 많은 약점이 치유되지 않은 채 남아있는 것도 현실이다.
아직 비정규직투쟁의 지도부들은 개별 투쟁의 격렬함과 끈질김에 걸맞는 수준의 정치적 지도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각 투쟁이 갖고 있는 전국적 의미, 투쟁의 대상인 정권과 자본의 끈끈한 동맹 못지않게 존재하는 균열을 인식하고 집요하게 파고듦으로써 파열구를 만들어내는 능력, 마지막 순간까지도 희망을 잃지 않고 울분을 분출시키는 대중적 계기를 찾아내려는 노력이라는 측면에서 여전히 부족함이 많다. 자신의 현안문제에 집중하고 그것을 풀어내기 위한 노력은 눈물겹도록 처절하지만, 유사한 문제로 고통을 겪고 있는 노동자들과 연대하고 그들의 힘까지 묶어내려는 시도는 아직 부족하다. 그러다보니 상급단체 중심으로 복잡한 교섭의 틀이 짜여지고 이중삼층의 논의구조가 잡히는 과정에서 요구안이 뒤틀리거나 막바지 교섭에 매달리면서 투쟁의 격렬함만큼이나 큰 아쉬움을 남기고 마무리되는 경우도 허다했다.
또한 달라진 위상에 대해 비정규직 개별주체들이 충분히 인식하지 못함으로 인해, 여전히 정규직노조운동 내지 상급단체의 투쟁계획 속에서 자신의 고민을 녹여내려는 경향이 남아 있다. 그러나 이미 전국적 전선을 선도할 수 있는 주체로서 비정규직노조운동이 성장해 있는 만큼, 상급단체에 요구하거나 정규직노조운동에 기대는 방식으로는 결코 비정규직 문제를 전사회적 쟁점으로 만들어내며 노동계급 전체의 투쟁으로 만들어낼 수 없다.
예를 들어 금속부문의 사내하청노조들은 현대차 울산·아산·전주, GM대우차창원, 기아차 화성, 현대중공업, 하이스코, 하이닉스매그나칩 등을 합해 벌써 조합원 규모 5천을 바라보는 거대조직으로 성장하고 있다. 조직규모 4만 안팎의 산별노조인 금속노조가 산별교섭 쟁취를 위한 총파업을 결성 초기에 겪었다는 점을 기억해보자. 5천 수준의 사내하청노조들이 “불법파견 정규직화! 원청사용자성 인정!”을 내건 공동의 파업투쟁을 기획하고 결행함으로써 비정규권리입법 쟁취를 위한 비정규직 주체 스스로의 총파업을 선도하는 과감한 결단이 불가능한 꿈만은 아닐 것이다.
이와함께 전국비정규직노조들의 자발적 연대체인 전국비정규연대회의(준) 또한 하반기 투쟁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사내하청과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투쟁을 묶어낼 수 있는가 하는 점에서 중요한 시험대 위에 오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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